
하워드 막스 투자법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시장을 맞히려 하기보다, 지금 시장이 어떤 국면에 있는지 읽고 그에 맞게 리스크를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하워드 막스를 이해할 때는 종목 추천이나 거시 예측보다 사이클, 리스크, 2차적 사고, 메모, 그리고 불확실성 앞에서의 겸손을 함께 봐야 합니다. 이 다섯 가지를 놓치면 하워드 막스는 쉽게 오해됩니다.
누군가는 그를 경기 예언가처럼 읽고, 또 누군가는 늘 조심하라고 말하는 보수적 투자자로만 봅니다. 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그는 미래를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현재의 온도를 읽으려 한다는 점입니다.
먼저 한 줄
하워드 막스는 “무엇이 오를까”를 단정하는 투자자라기보다, “지금 시장이 얼마나 낙관적이거나 방심하고 있는가”를 먼저 보는 투자자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가격이 비싼지 싼지, 리스크가 과소평가되는지, 군중 심리가 한쪽으로 쏠렸는지를 읽는 습관이 그의 투자 철학의 중심에 있습니다.
하워드 막스 투자법의 출발점
하워드 막스 글을 읽다 보면 가장 자주 반복되는 단어 중 하나가 사이클입니다. 경제 사이클, 신용 사이클, 투자 심리의 진자 운동, 버블과 붕괴 같은 흐름을 그는 늘 함께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이클을 정확히 예언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의 메시지는 더 현실적입니다. 사이클은 피할 수 없고, 사람은 늘 이번에는 다르다고 믿기 쉽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미래의 정확한 시점보다 현재 위치를 더 중시합니다. 지금이 공포가 큰 구간인지, 탐욕이 커진 구간인지, 자금이 너무 쉽게 공급되는 시기인지,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인지를 먼저 보려 합니다.
이 시각은 자산배분에도 바로 연결됩니다. 같은 자산이라도 사이클의 후반부에서는 기대수익보다 실수 비용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과도한 비관이 퍼진 구간에서는 평소보다 기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스크를 보는 법
하워드 막스 투자법에서 리스크는 단순한 변동성 숫자보다 훨씬 넓은 뜻으로 쓰입니다. 가격이 흔들린다고 해서 모두 같은 위험은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영구 손실 가능성, 과도한 낙관 위에 쌓인 가격, 레버리지, 유동성 부족, 그리고 잘못된 확신일 수 있습니다. Oaktree의 공식 철학도 수익 극대화보다 리스크 통제를 먼저 둡니다.
그 유명한 표현인 if we avoid the losers, the winners will take care of themselves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워드 막스에게 좋은 투자는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투자보다, 나쁜 손실을 크게 피할 확률이 높은 투자에 더 가깝습니다.
이 관점은 초보 투자자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은 수익률을 높이는 법부터 찾지만, 실제 장기 성과는 큰 실수를 덜 하는 쪽에서 더 자주 나옵니다. 자산배분 전략에서 최대 낙폭과 회복 기간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2차적 사고
하워드 막스를 설명할 때 자주 나오는 개념이 2차적 사고입니다. 쉽게 말하면 남들이 다 아는 사실을 아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사실이 이미 가격에 얼마나 반영됐는지까지 한 단계 더 생각하는 태도입니다.
예를 들어 “좋은 회사다”라는 판단은 1차적 사고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2차적 사고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좋은 회사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면 이미 너무 비싼 가격이 붙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문제가 많아 보이는 자산도 비관이 과도하면 기대수익이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즉 하워드 막스는 정답 맞히기보다 기대와 가격의 간격을 보려 합니다. 이 때문에 그의 글에는 늘 심리와 가격이 같이 등장합니다. 기업이 좋으냐 나쁘냐만으로는 부족하고, 시장이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까지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메모의 힘
하워드 막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는 메모 문화입니다. 그의 메모는 단순한 시장 코멘트가 아닙니다. 그 시점에 무엇을 우려했고, 무엇을 기회로 봤고, 어디까지 알 수 있으며 어디부터는 모른다고 봤는지를 기록한 판단의 흔적에 가깝습니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투자에서 기억이 늘 왜곡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상승장 뒤에는 원래 다 알았던 것처럼 말하기 쉽고, 하락장 뒤에는 원래 위험했다고 말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록은 그 착시를 줄여 줍니다.
개인 투자자도 이 태도는 충분히 배울 수 있습니다. 거창한 리서치 노트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왜 샀는지, 무엇이 틀리면 다시 볼지, 지금 판단이 사이클의 어느 구간을 전제로 하는지만 적어도 의사결정의 질이 달라집니다.
겸손이 필요한 이유
하워드 막스 글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는 예측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그는 거시 환경을 무시하자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도움이 되는 거시 예측은 매우 어렵고, 투자자가 미래를 단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할수록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의 글에서는 “never”, “always”, “will”, “has to” 같은 단정적 언어를 경계하는 태도가 반복됩니다. 이건 단순한 말버릇이 아닙니다. 투자에서 과한 확신은 포지션을 키우고, 경계심을 낮추고, 반대 시나리오를 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겸손은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생존 기술에 가깝습니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리스크를 조절할 수 있고, 확률을 나눠서 볼 수 있고, 가격이 과열됐을 때 한 발 물러설 수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의 적용
- 시장을 맞히려 하기보다 지금 분위기의 온도를 읽기
- 높은 수익보다 큰 손실 회피를 먼저 보기
- 좋은 자산인지보다 가격이 기대를 얼마나 반영했는지 보기
- 판단 근거를 기록으로 남기기
- 미래를 단정하는 언어를 줄이기
이 다섯 가지는 종목 투자에도 쓸 수 있고, ETF와 자산배분 전략을 볼 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주식 비중을 늘릴지 말지 고민할 때도 단순히 전망이 좋아 보여서가 아니라, 이미 낙관이 가격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리스크 보상이 아직 남아 있는지, 포트폴리오 전체 낙폭은 어디까지 감당 가능한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하워드 막스를 읽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오해는 그를 시장 타이머로 보는 것입니다. 그는 정확한 꼭지와 바닥을 맞히는 사람으로 읽히면 오히려 본질에서 멀어집니다.
그의 강점은 정답 예언보다 환경 인식과 리스크 감각에 있습니다. 사이클이 존재한다는 사실, 군중 심리가 늘 오버슈팅한다는 사실, 리스크는 보이지 않을 때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상기시키는 역할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하워드 막스는 공격과 방어 중 하나만 말하는 투자자가 아닙니다. 좋은 기회에는 리스크를 지되, 그 리스크가 보상받을 수 있는지 끝까지 따지는 투자자에 가깝습니다.
정리
하워드 막스 투자법의 핵심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사이클을 읽고, 리스크를 가볍게 보지 않고, 2차적 사고로 가격과 기대를 함께 보고, 판단을 메모로 남기고, 미래 앞에서 겸손해지는 것입니다.
이 다섯 가지는 화려한 비법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투자에서는 이런 평범해 보이는 태도가 오히려 오래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하워드 막스를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음 시장을 맞힌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시장에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람으로 읽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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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Oaktree의 메모 아카이브, Oaktree 투자 철학, Sea Change, The Indispensability of Risk, The Illusion of Knowledge를 참고했습니다.